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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머리카락 3권 (완결)

[19금/성인 BL 로맨스] 나는 아직 살아있다. 거창한 삶의 목적이라든가 절박한 생으로의 욕구라든가 하는 것이 나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나를 지탱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언가에 의해 지탱되어지고 있긴 한가? 나는 속이 까맣게 공허한 썩은 나무이다. 나는 그저 나의 거처 없이 부유하는 병신이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기에 살아있다. 나는 아직 죽음을 당하지 않았기에 살아있다. 텅 빈 마음만큼이나 텅 빈 눈으로 여기저기 칠이 벗겨지고 움푹 찧은 흔적이 많은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지금 세 들어 있는 이곳은 저렴한 월세만큼 저렴한 시설의 원룸이었다. 철거 직전의 노후한 상태라 누가 이런 곳을 맘에 들어 하며 살까 싶지만 그럼에도 빈곤한 이들의 주거수요는 언제나 그치지 않는 법이니..
[19금/성인 BL 로맨스]

나는 아직 살아있다. 거창한 삶의 목적이라든가 절박한 생으로의 욕구라든가 하는 것이 나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나를 지탱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언가에 의해 지탱되어지고 있긴 한가? 나는 속이 까맣게 공허한 썩은 나무이다. 나는 그저 나의 거처 없이 부유하는 병신이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기에 살아있다. 나는 아직 죽음을 당하지 않았기에 살아있다.



텅 빈 마음만큼이나 텅 빈 눈으로 여기저기 칠이 벗겨지고 움푹 찧은 흔적이 많은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지금 세 들어 있는 이곳은 저렴한 월세만큼 저렴한 시설의 원룸이었다. 철거 직전의 노후한 상태라 누가 이런 곳을 맘에 들어 하며 살까 싶지만 그럼에도 빈곤한 이들의 주거수요는 언제나 그치지 않는 법이니까. 빈곤한 이들. 빈곤한 그 들. 나는 왜 그들과 같은 운명을 짊어지게 되었지? 나는 떨구듯이 시선을 도어락 패드에 고정했다. 기스 하나 없이 번쩍번쩍 광이 나는 철제 바디의 최신식 도어락이었다. 비밀번호를 누른 뒤에 지문 인식을 해야만 문이 열린다. 일반 주거용으로는 쓰지 않는 보안 시스템이다. 이질감이 느껴졌다. 빈곤한 옆집과 또 빈곤한 앞집에는 없는, 월세 30짜리 방문 앞에 붙어 있는 300만원짜리 경비병. 날 반드시 지켜주길 바라.



나는 피곤에 쩔은 몸을 방 안으로 터벅터벅 옮겨 담았다. 한낮인데도 방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빛이 들어올 만한 창이란 창은 모두 틀어막은 탓이었다. 뭐, 애초에, 창이라고 해봤자 두 개 밖에 되지 않는 초라한 방이었지만,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들어 이 집을 계약했단 사실을 떠올렸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외딴 곳. 좀도둑도 이 원룸단지는 코웃음 치며 지나간다고 했다. 도둑이든 경찰이든 간에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공간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무도 나를 모르길 바래, 나의 존재까지도, 철저하게.
성인 BL 로맨스 작가, 신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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